바벨론 포로에서 돌아온 이스라엘 백성은 성전을 재건했지만, 성벽은 여전히 무너진 채 방치되어 있었습니다. 거룩한 구별과 영적 보호막이 사라진 채, 주변 민족들의 끊임없는 약탈과 조롱 앞에 무방비로 노출된 긴 어둠의 시기였습니다.
오늘날 교회의 모습도 이와 닮아 있습니다. 세상과의 거룩한 구별됨이 무너지면서 안팎의 거센 도전과 혼란에 직면해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낙망해 있는 교회를 향해 전혀 다른 하늘의 시선을 선포하십니다.
"일어나라 빛을 발하라 이는 네 빛이 이르렀고 여호와의 영광이 네 위에 임하였음이니라" (이사야 60:1)
이 선포는 "일어나 주겠니?"라는 청유형이 아니라, 전능하신 하나님의 ‘강력한 명령(Command)’입니다. 하나님은 우리 교회가 세상의 비바람 앞에서도 담대히 일어나 빛을 발하는 영광의 교회가 되기를 원하십니다.
1. 하나님의 빛이 임해야 합니다
창세기 1장 2절은 천지창조 이전의 상태를 혼돈(Chaos), 공허(Emptiness), 흑암(Darkness)으로 묘사합니다. 이는 분열과 무기력, 짙은 영적 어둠에 둘러싸인 오늘날 교회의 현실과도 같습니다.
바로 그때 하나님께서 가장 먼저 창조하신 것이 ‘빛(אוֹר · Or)’이었습니다. 빛이 임하면 혼돈은 거룩한 질서로 바뀌고, 공허함은 살아있는 능력으로 채워지며, 흑암은 즉시 물러갑니다. 빛의 크기보다 중요한 것은 빛의 임재입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가장 작은 빛 하나만 비추면 어둠은 완전히 힘을 잃습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를 세상의 ‘참 빛’(요 1:9, 8:12)으로 보내셨습니다. 나아가 성령을 모신 성도 각 사람이 곧 하나님의 거룩한 성전(고전 3:16)입니다. 빛 되신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 거하실 때, 우리의 삶은 세상의 어둠을 밝히는 빛의 통로가 됩니다.
2. 하나님의 영광이 임해야 합니다 (영광은 실재입니다)
하나님의 영광은 막연한 관념이나 인간의 상상이 아니라, 영혼을 압도하는 ‘살아있는 실재(Reality)’입니다. 마틴 로이드 존스 목사님은 "영광이란 하나님께서 친히 지나가시는 모습"이라고 선언했습니다. 모세가 주의 영광을 구했을 때(출 33:18), 하나님은 그 앞을 친히 지나가시며 응답하셨습니다.
이사야 60장 1절의 "이르렀고", "임하였음이니라"는 미래의 가능성이 아닌 ‘완료 시제(Completed Action)’입니다. 하나님은 이미 우리에게 빛을 비추셨고 영광을 허락하셨습니다. 우리가 할 일은 이미 주어진 은혜를 믿음으로 취하고 누리는 것입니다.
사도 바울은 "예수 그리스도의 얼굴에 나타난 하나님의 영광을 아는 지식의 빛을 우리 마음에 주셨다"(고후 4:6)고 고백합니다. 성령께서 우리의 영안을 열어주실 때, 우리는 관념을 넘어 살아계신 하나님의 영광을 인격적으로 대면하고 깊이 맛보게 됩니다.
3. 빛과 영광을 온전히 반사하는 교회의 사명
교회는 스스로 빛을 만들어내는 발광체가 아닙니다. 밤하늘의 달이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지만 태양빛을 온전히 투영하여 세상을 밝히듯, 교회는 ‘하나님의 빛과 영광을 받아 세상으로 흘려보내는 거룩한 반사체’입니다.
교회가 하나님의 영광을 담아내는 그릇이 될 때 어떤 결과가 일어납니까? "나라들은 네 빛으로, 왕들은 비치는 네 광명으로 나아오리라!"(사 60:3) 사람이 억지로 설득하지 않아도, 교회가 비추는 생명의 광명을 보고 세상의 수많은 영혼들과 열방이 주님 앞으로 몰려오게 됩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이미 우리에게 약속된 하나님의 빛과 영광을 붙잡으십시오. 성벽 없는 성전처럼 주저앉아 있지 말고, 담대히 일어나 빛을 발하는 영광의 교회, 영광스러운 성도가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