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빌라도의 타협과 주님의 침묵 (1~20절)
사람의 만족을 구한 빌라도와 묵묵히 십자가를 지신 만왕의 왕 예수 그리스도.
📌 백부장의 고백과 아리마대 요셉 (21~47절)
억지로 진 십자가의 은혜, 이방인의 참된 신앙고백과 담대한 헌신.
마가복음 15장은 복음서 전체의 최정점이자 온 인류를 구원하시는 구속사의 핵심 사건을 기록합니다.
본문에는 예수님을 향한 호칭들이 집중적으로 등장합니다. 빌라도의 심문(3, 12절), 로마 군병들의 희롱(18절), 십자가 죄패(26절), 대제사장들의 조롱(32절)에 걸쳐 "유대인의 왕", "이스라엘의 왕"이라는 호칭이 반복됩니다.
세상은 이 칭호들을 힘없는 사형수를 비웃고 모욕하는 수단으로 사용했습니다. 그러나 마가복음은 십자가에서 죽으심으로 온 인류를 죄에서 구원하시는 참된 메시아의 왕권을 역설적으로 선포합니다.
예수님은 겉보기에 나약하게 처형당하신 것이 아니라, 온 우주를 다스리시는 진정한 왕이시며 인류의 유일한 구세주이십니다.
빌라도는 헤롯 아켈라오의 폐위(AD 6년) 이후 로마가 파견한 유대 총독이었습니다. 민란이 잦고 지정학적으로 민감한 유대 속주를 직접 통제하는 자리였습니다.
빌라도는 대제사장들의 시기심을 간파했고, 예수님에게 죄가 없음을 분명히 알았습니다(10절). 아내 역시 "저 옳은 사람에게 아무 상관도 하지 말라"고 간곡히 경고했습니다(마 27:19).
그러나 그는 손을 씻으며 책임을 회피하고, 폭동을 두려워하여 무리에게 만족을 주고자 바라바를 놓아주고 예수님을 십자가에 넘겨주었습니다(15절).
“빌라도가 무리에게 만족을 주고자 하여 바라바는 놓아 주고 예수를 채찍질하고 십자가에 못 박히게 넘겨 주니라” (막 15:15)
빌라도는 자신의 자리와 인기를 위해 사람을 만족시키는 삶을 살았습니다. 성도는 날마다 자문해야 합니다. "나는 사람의 눈치를 보며 사는가, 나를 구원하신 주님을 기쁘시게 하며 사는가?"
반면 만왕의 왕이신 예수님은 빌라도 앞에서도, 군인들의 조롱 앞에서도 묵묵히 침묵하셨습니다. 고통을 덜어주는 몰약 탄 포도주를 거절하시고(23절), 오직 아버지의 뜻에 온전히 순종하셨습니다.
골고다 언덕으로 향하는 길에 로마 군인들은 북아프리카에서 유월절 순례를 온 구레네 사람 시몬을 붙잡아 억지로(ἀγγαρεύω, Anggareuo) 십자가를 지웠습니다.
사형수의 십자가를 대신 지는 것은 엄청난 수치이자 낭패였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곁에서 주님의 마지막 걸음과 거룩한 침묵을 목격한 시몬은 회심의 은혜를 입었습니다.
그 결과 그의 두 아들 알렉산더와 루포는 초대교회의 기둥 같은 지도자가 되었고, 사도 바울은 로마서에서 시몬의 아내를 자신의 영적 어머니로 문안했습니다.
“주 안에서 택하심을 입은 루포와 그의 어머니에게 문안하라 그의 어머니는 곧 내 어머니니라” (롬 16:13)
억지로라도 감당한 십자가가 온 가문을 살리는 영적 명문가의 복이 되었습니다. 때로는 내 뜻과 다른 헌신과 고난이 주어질 때가 있지만, 묵묵히 십자가를 질 때 하나님은 놀라운 축복의 열매를 맺게 하십니다.
제육시(낮 12시)부터 어둠이 온 땅을 덮고, 제구시(오후 3시)에 예수님은 크게 소리 지르시고 숨지셨습니다. 그 순간 성소 휘장이 위에서 아래로 찢어졌습니다.
제자들은 다 도망갔지만, 십자가 바로 곁에서 주님의 마지막을 지켜보던 로마 백부장은 입을 열어 고백했습니다.
“예수를 향하여 섰던 백부장이 그렇게 숨지심을 보고 이르되 이 사람은 진실로 하나님의 아들이었도다 하더라” (막 15:39)
이방인 군인의 입술을 통해 예수님이 하나님의 아들(υἱὸς θεοῦ, Huios Theou)이심이 선포되었습니다. 마가복음의 독자인 로마 성도들에게 예수님이 참 메시아이심을 증거하는 결정적 순간입니다.
예수님을 누구로 고백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삶과 가치관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안식일이 시작되기 직전 촉박한 시간에 존경받는 공회원 아리마대 요셉이 빌라도에게 당돌히 들어가 예수님의 시신을 요구했습니다.
사형수의 시신을 요구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었지만, 요셉은 자신을 위해 준비했던 새 무덤(요 19:41)에 주님을 정성껏 모셨습니다.
이로써 "그가 죽은 후에 부자와 함께 있었도다"(사 53:9)라는 이사야 선지자의 메시아 예언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성취되었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는 실패가 아니라 죄와 사망 권세를 깨뜨리신 구원의 완성입니다.
사람의 인정에 휘둘리지 않고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삶, 내게 맡겨진 십자가를 묵묵히 지며 주님을 진실하게 고백하는 삶을 살아갑시다.